김수남 사진전

2015년 봄, 이당미술관(怡堂美術館) 개관을 맞이해
‘아시아의 참 모습을 담은 사진가’ 김수남 작가의 특별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수남 사진전 ‘아시아의 원풍경(原風景)’

동네 주민이 애용하던 목욕탕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일상이 다녀간 공간이 낯선 시각적 자극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지 앞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실험을 앞두고 있다. 그 첫 번째는 김수남의 사진이다.

어릴 적 고향집의 소박한 구석처럼 낯설지만 그리운 풍경, 누구에게나 이렇게 아련히 기억되는 풍경이 있다. 삶의 순간순간 소환되어 현재의 시공간을 덮어버리는 이미지들, 더 깊게는 지금의 나와 끊임없이 교감하는 태초의 나를 둘러싼 모든 것, 이를 원풍경(原風景)이라고 부른다.

김수남의 원풍경에는 어린 손주의 앞날을 축복해주기 위해 굿당에 드나드는 할머니가 있다. 위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믿고 기대왔던 절대적 존재를 부르는 의식을 작가의 가슴 한 켠 일상의 풍경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그 풍경은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의해 ‘미신’이라 폄하되고 배척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에 그는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역사를 일궈낸 정령들과의 삶을 카메라 앞에 불러 세우고 기록한다.

1970, 80년대 화전민, 광주대단지(성남시), 부산 베트남 난민수용소(보트 피플 수용소) 등을 기록한 초기 작업에서부터 삶과 죽음, 고통과 환희, 절망과 희망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전국 방방곡곡의 굿판을 떠돌며 기록한 주요 작업에 이르기까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그의 그리움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래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비단 우리의 현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남부,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곳곳으로 확장되어 인류의 삶이 본디 머무르던 곳, 그 원풍경으로의 복구를 위해 지금의 우리를 끊임없이 비추는 거울이 된다.

한편 그의 앵글에 담긴 굴곡진 우리네 삶이 평탄하길 바라는 몸짓의 순간순간은 의식을 함께 하는 이들의 내적 울림을 끌어내기 위해 정교하게 고안된 장치이다. 이는 현대미술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주변의 공간을 점유하고 반경 내 있는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여러 시각적 장치들과 닮아있다. 우리는 작가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예전의 쓰임을 다 지우지 못한 다소 음습하고 거친 배경에서 그의 작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민속신앙을 소중히 지켜야 할 우리의 것, 인류의 것으로 ‘전환’시킨 김수남의 집념과 열정을 본받아 일상이 드나들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의 ‘낯선 전환’을 꾀하고자 한다.

큐레이터 | 김난영

 

 

Kim, Soo Nam 김수남 (1949-2006)

김수남은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사진기자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부터 사라져가는 한국의 굿을 촬영하는데 집중한다. 이 작업의 결과물인 ‘한국의 굿’ 20권 전집(열화당)은 예술적인 가치와 함께 사라져가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기록한 문화인류학 자료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작가는 관심을 아시아로 돌려 아시아 각국의 소수민족의 무속과 전통문화를 촬영했다. 수많은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아쉬워하던 그는 2006년 마지막 촬영지인 태국 치앙라이에서 카메라를 손에 쥔 채 세상을 떠났다.

Exhibition

‘極 끝없는 기억’ 김수남 특별전, 제주도립미술관, 2015

‘霊を招き、霊と交わる’, 金秀男写真展, 駐日韓国文化院, 2009

‘魂 김수남 사진굿’ 1주기 회고전, 인사아트센터, 2007

‘한국의 굿 – 만신들 1978-1997’ 양평 갤러리 와, 2005-2006

‘Schamaninnen in Korea’ Berlin Werkstatt der Kulturen, 2005

‘빛과 소리의 아시아’ 인사아트센터, 2005

‘살아있는 신화 ASIA’ 연세대박물관, 1999

‘아시아의 하늘과 땅’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1995

‘한국의 굿’ 출간기념전, 화랑 한마당, 1983

Awards

옥관문화훈장 추서, 2006

‘한국의 굿’, 프랑크푸르트도서전 ‘한국의책 100선’ 선정, 2005

한국일보 한국출판문화상 사진부문 수상, 1996

일본 히가시가와(東川) 사진상 해외사진가부문 수상,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