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목욕탕

 

Suspicious Bathhouse
이당미술관
영화동 문화재생 프로젝트 첫번째 기획전

영화동 문화재생 프로젝트, 그 첫번째 걸음

군산 영화동에 위치한 이당미술관은 지역에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고자 영화동 문화재생 연례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영화동을 포함한 군산 원도심 지역은 식민지근대, 전후 미군 주둔 등 여러 시대의 역사와 사회상의 흔적을 간직한 곳으로,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지역사 발굴과 관광코스 조성을 포함하는 지역개발 및 도시재생의 정책적 요구와 맞물려 ‘시간여행거리’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역사는 상대적 미시사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의 층위를 다각도로 반영하지는 못하게 마련입니다. 이에 이당미술관은 문화가 그 틈새를 비춰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2015년 ‘수상한 목욕탕’전(展)을 시작으로 지역을 경험하는 다양한 시선과 걸음을 해마다 새로이 조명하고자 합니다.

수상한 목욕탕

2008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비둘기들의 휴식처가 되기 전까지, 동네 목욕탕 ‘영화장’은 40년 넘게 영화동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겨주었습니다. 목욕탕 위의 2, 3층 객실에서는 각지로부터의 손님들 역시 여독을 풀었음직 합니다. 토박이 어르신들, 각기 다른 이유로 기류하는 사람들, 지인을 찾아온 방문객 또는 새로움을 찾는 여행자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만남이 겹겹이 쌓인 곳이 곧 지역이자  장소, ’곳’이라면, ‘영화장’은 이렇게 무수한 개개인의 역사와 이야기가 교차하고 만나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수상한 목욕탕’은 이제 막 선착장에 내린 이당미술관 및 레지던시 작가들과 군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국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들, 그리고 영화동 주민들의 아직은 서먹한 만남을 주선하고, 그 혼탕 속에서 영화동 문화재생 프로젝트의 후속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자리입니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개어귀에서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물이 만나는 곳에는 새로운 흐름이 일어납니다. 군산의 사람, 그리고 군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특성이 만나 이 곳 이당미술관과 함께 군산 영화동에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글: 진나래

참여작가소개

강제욱 KANG, Jeaukition

<사물들의 우주>, 창문유리에 펜 드로잉, 가변설치, 2015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나 컬쳐>, <사진예술> 등 국내 외 매체에 다큐멘터리 사진과 글을 기고하여 온 강제욱은 전시와 설치 작업을 통해 기후, 환경 등을 주제로 하는 사회참여적인 작업 역시 선보이고 있다. 최근작 ‘사물들의 우주 Thinguniverse’는 사물을 소유자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울로 보고, 사물이 형성하는 관계와 대화를 드러낸다.

고나영 KO, Na Young

<영화동>,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

회화와 설치를 주요 매체로 하는 고나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영화동의 특정 순간을 피라미드 안에 담아 두고자 한다. 이당 미술관 안에 놓일 피라미드 안에는 영화동의 공간 에너지가 담긴다.

고보연 KO, Boyeon

<보이지않는것을 바라보다>, 폐지와 자연물, 가변크기,2014

설치 작업을 주로 하는 고보연은 최근 몇 년 버려지는 폐지와 자연물들을 미술작품의 재료로 하여 폐지 등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였다. 대지가 되고 바탕이 되어 그 대지 위에 새싹을 피우는 그의 작품은 많은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하는 인간의 형상을 담았다.

권혁상 KWON, Hyuk Sang

<탁류길>, 캔바스에 유채, 72.7cm x 90.9cm, 2015

6남매 중 3번째인 권혁상은 고향을 버리지 않고 모정이 뛰어난 참새의 모습에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항상 우리 가까이에서 지저귀는 참새를 주제로 하는 그의 구상 회화에는 이렇듯 그의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담겨 있다.

박종호 PARK, Jong Ho

<어떤풍경>, 캔바스에 아크릴, 50 x 72.7cm, 2015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실재와 가상 이미지 사이에서 갖는 우리의 시각과 인식에 의문을 제기해왔던 박종호는 최근 캔버스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게 된 반성적 태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직관과 같은 감각적 부분과 조형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업하고 있다. 군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시각은 영화동 어느 식당 안에 걸려있었을 낡은 액자 속 군산의 모습을 거쳐 낯설지 않은 것으로 다가온다.

유기종 YOO, Gi Jong

<seed-얼굴>, 한지에 사진, 가변설치, 2015

유기종은 사진과 설치 작업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을 기록하고 우리 삶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점(spot)은 삶의 시작과 끝을 말하고 또한 근원에서부터 결실까지를 뜻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결국 포개져 하나의 세계와 같은 인생으로 완성된다.

이주원 LEE, Ju Won

<군산 여행>, 혼합재료, 91.0cmx116.8cm, 2015

밀도 있는 유화 작업을 선보이는 이주원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초현실적 환상도 추상적 개념도 아닌 사람들의 삶이라 말한다. 화면에서 드러나는 어딘가를 걷는 동작은 작가가 바라본 주관적인 사회 정체성을 드러낸다.

정경화 JUNG, Kyung Hwa

<별이 빛나는 밤에>, 종이에 먹, 138cmx70cm, 2015

한국화가 정경화는 모필 대신 죽필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남다른 필법으로 자기만의 그림을 그림다. 대나무를 삶아 나무망치로 두드리면 섬유질 구조가 잘게 갈라지는 성질을 이용한 죽필과 금박이 있는 종이 본연의 성질을 매개로, 별이 빛나는 밤을 화폭에 담았다.

정태균 CHOUNG, Tae Kyun

<수상한목욕탕>, 수묵담채, 72cmx52cm, 2015

모필과 수묵을 사용하여 풍경과 인물을 그려내는 한국화가 정태균은 영화동의 건물과 거리의 풍경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통해 영화동에 인사를 건넨다. 소박한 그의 필치에서 영화동의 정겨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주랑 Jurang

<군산 여행>, 혼합재료, 91.0cmx116.8cm, 2015

회화작가 주랑은 일련의 이미지-여행루트와도 같은 그림을 통해 식민지근대와 도시의 슬럼화 등 낡음과 새것 사이 영화동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층위를 드러낸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그가 영화동에 머물며 이야기 나눈 주민들의 삶, 영화동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거닌 시공간을 담는다.

진나래 JIN, Narae

<영화장 타일>, 타일 가변 설치, 2015 (이미지: 영화장의 타일벽)

장소특정 설치/퍼포먼스, 컷-앤-페이스트 쓰기, 영상 설치 등을 포함하는 작업은 물론 다양한 협업을 통해 활동하는 진나래는 한 사람의 존재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의 상호작용, 이해 또는 오해, 추측, 기억과 이야기의 생산 등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존재를 재(현)창조하는 일을 통해 진실과 거짓, 사실과 허구 사이 어떤 존재의 형성에 관여하고자 한다.